입법부작위는 입법자가 법률 제정 또는 개정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불완전하게 이행하여 발생하는 법적 공백 또는 미비를 말한다. 이는 크게 진정입법부작위와 부진정입법부작위로 구분된다. 진정입법부작위는 입법의무가 있는 사항에 대해 입법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를, 반면 부진정입법부작위는 입법을 하되 실질적 내용이 부적절하거나 불완전한 경우를 지칭한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청구 사유)는 국민이 입법부작위로 인해 법익을 침해받았을 경우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진정입법부작위)과 위헌심사형 헌법소원(부진정입법부작위)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부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해서는 위헌성 다툼을 통한 법적 구제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
대법원의 2008년 판결(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입법부작위 자체가 국가배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나, 헌법이 부과한 구체적 의무를 고의나 과실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예외적으로 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는 의회민주주의 하에서 국회가 담당하는 역할과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하는 법적 의무의 부재를 강조한다.
국회의 입법 행위가 헌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국가배상법 제2조에 의한 위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입법의무의 부담과 그 이행 실패에 대한 예외적인 사정 인정 시 국가배상법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양육비 대지급제 입법의무 부존재 판결 (2019헌마168)
헌법재판소는 양육비 대지급제와 같은 구체적, 개별적 사항에 대한 입법의무의 존재 여부를 심리하였다. 결론적으로,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양육비 이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위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며, 기존 입법 이외에 추가적인 입법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요건 (94헌마108)
헌법소원심판청구는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한 경우나 특정인에게 구체적 기본권이 발생하였음에도 입법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이는 진정입법부작위와 부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청구 모두에 적용되는 원칙이다.
문신시술 자격 제도 관련 입법의무 부존재 판결 (2017헌마1343)
헌법재판소는 문신시술을 업으로 하는 자의 자격 및 요건을 법률로 규정해야 하는 입법의무가 헌법에 명시적으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검토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입법의무가 헌법해석상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다.
가정폭력 관련 가족관계등록법의 부진정입법부작위 (2018헌마927)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가족관계증명서 및 기본증명서의 교부 제한 규정의 불비로 인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사례에서, 헌법재판소는 이를 부진정입법부작위로 판단하고, 해당 법률조항의 불완전·불충분한 규정으로 인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결하였다.
북한인권법 미제정에 대한 입법부작위 청구의 부적법성 (2013헌마266)
북한인권법의 미제정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권리 보호이익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따라서 헌법소원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결론지었다.
헌법재판소는 입법부작위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심리하며, 입법의무의 존재 여부, 입법조치의 부족 또는 불완전함으로 인한 권리 침해 등을 명확히 판단해왔다. 이러한 판례들은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접근 방식과 법적 대응의 기준을 제시한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입법의무의 부재나 불완전한 입법조치가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경우, 국민의 권리구제 방안을 모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고이수(goesu4@daum.net)